— '율제병원 신입 전공의들의 사회생활 고충'을 중심으로
“괜찮습니다.”
“열 없어요.”
“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.”
환자의 눈에는 차가운 말들로만 들리는 이 짧은 말들이, 병원 현장에서는 얼마나 자주 오가는가. 드라마 속 율제병원 신입 전공의들의 이야기는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간극, 그리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의사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.
🔎 신입 전공의, 그들의 사회생활은 왜 힘든가?
1. 환자 응대, 공감이 아닌 방어로 시작된다
신입 전공의들은 매일 수많은 환자와 마주하며 긴장 속에 하루를 시작한다. 하지만 그들은 아직 ‘공감의 기술’을 배우는 중이다.
“얼굴도 안 보고 괜찮다고만 하더라.”
“그냥 소독이라며 아픈 것도 참으란다.”
이런 환자의 말은 의사로서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, ‘감정의 소통’이 부족해서 나오는 불만이다. 특히 임신 중 체온 상승과 같은 민감한 변화는 환자의 주관적인 감각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, 의료진의 이해심과 설명력이 절실히 요구된다.
2. 병원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?
환자 응대 외에도 신입 전공의들은 차팅, 드레싱, 회진 준비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. 점심도 못 먹고, 잠도 못 자고, 실수는 곧바로 환자의 생명과 연결되기에 더욱 긴장하게 된다.
"밥은 먹고 다녀야 하지 않겠어요?"
하지만 정작 그들은 밥 먹을 시간조차 동료와 맞추기 어려워 업무를 떠맡거나, 회진 중 쏟아지는 컴플레인에 감정 소모가 쌓여간다.
3. 의사도 사람이다
“사과는 꼭 잘못했을 때만 하는 게 아닙니다.”
진심어린 사과, 위로의 사과, 공감을 담은 사과는 환자와 의사 모두를 살린다. 영상 속 주인공은 어느 날,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병원을 떠나고 만다. 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는 말한다.
"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? 내가 바라는 이상과 현실은 너무 다르다."
그의 말은 단순한 고민이 아닌, 많은 젊은 직장인들이 겪는 공통된 번아웃의 목소리다.
🧩 의사와 환자의 ‘온도차’
사례 1. 열이 난다는 환자 vs 괜찮다는 의사
임신 중 체온 상승은 호르몬 때문일 수 있지만, 환자는 단순한 '더움'이 아니라 '이상 징후'로 느낀다. 의사는 숫자로 보이는 발열이 없기에 괜찮다 판단하지만, 감각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.
사례 2. 고통스러운 소독과 부족한 설명
“아픈 걸 참으라는 게 아니라, 왜 아픈지 설명이라도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…”
의사의 언행 하나가 환자에겐 전부가 될 수 있다. 의료진의 태도는 곧 병원의 인상이며, 환자의 불안감은 불신으로 이어지기 쉽다.
사례 3. 진심이 담긴 사과의 의미
영상에서는 “밥도 못 먹고, 잠도 못 자고 울고 있다”는 환자의 말에 담당 의사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나온다. 이는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, 진심과 공감이 섞인 의료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.
🏥 병원, 그 안의 일상도 '생활'이다
드라마는 바쁜 병원 일상도 섬세하게 그린다.
- 진통을 호소하는 환자
- WBC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환자의 추가 검사
- 드레싱을 두려워하는 환자
- “퇴근하고 백화점 가야 해요”라는 동료 의사의 농담
이 장면들은 의료현장도 결국 사람 사는 곳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. 인간적인 소통이 오가는 곳, 서로의 고단함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.
🌱 결국 중요한 건 ‘공감’
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, 단지 병원의 고충만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다.
‘공감의 부재’가 어떻게 사람을 병들게 하는지,
‘공감의 시작’이 어떻게 회복을 불러오는지
그 서사를 차분히 보여준다.
직업이 무엇이든, 누구든 초년생 시절의 막막함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.
그 안에서 누군가는 위로받고, 누군가는 반성하며, 누군가는 다시 힘을 얻는다.
“괜찮습니다”라는 말 하나에도 따뜻한 진심이 담기기를 바라며,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.